별처럼 바람처럼

우리가 마지막 남은 어둠이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은 누가 끄리 / 저 가을속으로 (박영미 낭송가)

장전 2018. 10. 15. 21:59


박정만 시인: 1946년 전북 정읍 출생. 1988년 작고.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69년 서울신문으로 데뷔. 시집 잠자는 돌, 박정만 시전집등.
사후 정지용문학상등 수상. 




 

이미지: 장재선의 문화노트
http://cafe.munhwa.com/view.php?id=literarture&no=248




제목: 작은 연가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남은 어둠이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은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위에 뜬 별이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한다면. 



이 시를 읽으면서 받은 느낌은 아름답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픈 애잔한 감정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꽃초롱 불밝히듯 눈을 밝힐까'에서 처럼 아름다운 문장으로 칠해진 

이면의 시어와는 반대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어두운 이미지는 시 전체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에서처럼 밝음과 어두움의 이미지는 

대립관계 속에서 이 시의 이미지를 알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립관계 속에서 어두운 이미지와 반대에 놓쳐진 시어를 찾아보면 '꽃초롱'이라는 시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문득 생각하기에 '꽃초롱'이라는 이미지는 이 시 전체를 통해 '희망'이나 '생명'의 

길찾기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 시적 등가물처럼 보였습니다. 그러한 꽃초롱의 모티프가 

이 시를 어둠속에서 빛으로 이끌어 주고 있는 활력소이자 꿈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의문이 생기는 부분은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에서 생기는 '초롱'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 문장이 전체속의 흐름속에 차지하고 있는 명확한 의미입니다. 자칫하면 이 문장으로 하여금 이 시가 더욱 난해해지고 이해하기 힘들어 지기 때문입니다. 꽃초롱의 이미지는 살려야 될 이미지이고, 밝혀야할 

이미지로 알고 있는 독자들로 하여금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더 공부해 보아야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 
어둠과 밝음의 이미지는 결국 삶의 한 전형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이라는 곳은 결국 우리의 인생 여정의 길이 아닙니까. 시인은 

그러한 길찾기 과정 속에서 '작은 연가'를 부르고자 한 것입니다. 

시인 박정만의 불우한 일생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이 시가 지니고 있는 의미는 특별히 다가옵니다.

 친구의(경희대국문과 재학중 영문과에 다니고 있었던 한 친구가 경찰서에서 고문을 당하고, 

문학적으로 영향을 주었던 사람을 말하라고 하자 전혀 정치적사건과는 상관이 없었던 가장순수하고 

착했던 박정만시인을 밀고하게 된다. 물론 그 친구 역시 고통에 견디지못해 저지른 일이었다)

억울한 밀고로 인해....군사정권시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죽지않을 정도만큼의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고문의 고통을 당한 박정만 시인은 성불구자가 되고, 정신적 아픔으로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되고, 아내 마져 떠나게 됩니다. 

그후 술에 찌들어 살아가던 시인은 평소 조용한 성격처럼...조용히 숨을 거두게 됩니다. 

김재홍교수님의 말을 들어보니 그 당시 자신이 근근히 주고간 돈으로 아들과 딸들의 학비를 댔고, 

시인은 소주 5병으로 하루 끼니를 대신 했다고 합니다. 충격적인 것은 박정만 시인은 안주가 없어서 

대신 소금을 찍어 먹으로 소주를 먹었다고 합니다. 소주5섯병을..... 

가장 특이했고, 가슴 아팠던 것은 이 시인은 자신이 죽게 될 것을 운명적으로 예감이라도 한듯이 

한달 남짓한 기간동안 2백편이 넘는 시를 쏟아냈다고 합니다. 목에서 피를 흘리며 시를 썼다고 

하더군요.....그리곤 작품을 완성한 후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러한 시인의 생애의 애달프고 고통스럽고, 잔인했던 삶의 일부부을 '작은 연가'의 시 속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시는 시 자체로 봐라바야 하겠지만.....

시가 정신이 투영된 것처럼...정신없는 시 역시 없다고 생각되기에...그에게 있어 시는 죽지 못해 

살아가던 삶 속에서 또 하나의 생을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이 아닐까요. 

결국, 그는 '시'라는 영역에 또 다른 삶을 살아내고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