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세상 만물이 모두 잠든 것 같은 시간에 홀로 깨어난다 / 얀 포글러 (Jan Vogler) 의 첼로연주곡

장전 2016. 6. 10. 19:38




한계

-  천양희


간간이
늑골 사이로
추위가 몰려 온다.

등산도 하지 않고
땀 한 번 안 흘리고
내 속에서 마주치는
한계령 바람소리.

다 불어 버려
갈 곳이 없다.
머물지도 떠나지도 못한다.
언 몸 그대로 눈보라 속에 놓인다.


출처 : 천양희, 『마음의 수수밭』, 창작과비평사, 1994

*

깊은 밤 세상 만물이 모두 잠든 것 같은 시간에 홀로 깨어난다.

곁사람의 고운 숨소리도, 태어난지 이제 막 7개월 된 딸 아이의 뒤척임도 저 멀리 있다.


갑자기 깨어나 부우우하며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는 냉장고,

초침의 재깍이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린다.

저 멀리 한길로 밤새워 북으로 달리는 차량 불빛이 서치라이트처럼 희번득하는 밤에

문득 이제 다 살아버린 듯 갈 곳도, 머물 곳도 없는 세상이란 생각이 악마처럼 창가로 유인하는 밤이다.


머물지도 떠나지도 못한다.

차라리 눈보라도 불면 좋으련만.

 한 여름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건, 땀인지, 눈물인지... 축축하게 젖은 얼굴을 묻는다.

 






얀 포글러 (Jan Vogler) 의 첼로연주곡

     

   

Jan Vogler, cello / Helmut Branny, cond / Dresdner Kapellsolisten

 

얀 포글러 (Jan Vogler) 의 첼로연주곡

1. Gluck / Melody From Orphee Et Eurydice  2:42
2. Saint-Saens  / Le Cygne From 'Le Carneval‍ Des Animaux'  2:32
3. Faure / Elegie Op. 24   5:17
4. Joachim Raff  / Cavatina, Op.85 no. 3  3:42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첼리스트 얀 포글러 (1964~)...어린 나이에 첼로 신동으로 불렸던 포글러는 드레스덴 주립 오케스트라 제1 첼로연주자 자리를 차지했다. 오케스트라 역사상 최연소 악장이 됐으며. 독일판 그래미 상인 에코상을 2번이나 수상했다. 지금은 뉴욕에서 살면서 활발한 공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탄탄한 기본기에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연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종합예술학교 음악예술학부 관현악과 초빙교수를 겸하고 있다.

 

Jan Vogler plays Bach's Cello Suite No. 3 in C Major: Prelu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