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실- 찔레꽃
엄마 일 가는길에 하얀찔레꽃
찔레꽃 하얀잎은 맛도좋지
배 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밤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꿈은 하얀 엄마꿈
산등성이 넘어로 흔들리는 꿈
엄마 엄마 나 죽거든 앞산에 묻지말고
뒷산에도 묻지말고 양지쪽에 묻어주
비 오면 덮어주고 눈 오면 쓸어주
내 친구가 날 찾아도 엄마엄마 울지마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러갑니다
가도가도 끝도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엄마 찾으며 날라갑니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시골집 뒷산길이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끝에 나와앉아 별만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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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찔레꽃 2/권도중-
꽃잎 따 손에 쥐고
돌아보던 자갈길
붉은 순 꺾어 먹고 배고프던 아이야
주고픈 선물이 있다
마음속에
남았는
흰 저고리 붉은 치마
별자락에 묻히며
갱변에 신발 들고 하얗게 서서 있던
그 꽃잎 꽃잎 사이로
가시처럼
갔던가
볼 수 없이 살아도
보지 않고 살아도
사는 게 절절하여도 피어 찔레꽃
하늘 끝 세월 속으로
묻어두고
피는 꽃
<2>-찔레꽃 연가/심의표-
짙푸른 송림 사이 달리는 화심
게으른 뻐꾸기 울어 시샘해도
수줍은 듯 뽀얀 얼굴
내 고향 뒷동산 한 자락 깔고 누워
낮 익은 길손 마음 설레게 한다.
활짝 핀 그리움 하나
연녹색 풀섶에 살며시 묻고 서서
뿌옇게 떠오르는 달빛 맞으며
정든 임 기다리는 열아홉 순정
순애보 같은 사랑을 안고
꽃향기 풀어 순수의 눈빛 열어간다.
<3>-찔레꽃 사랑/양전형-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꽃을 피우지 못한다
풀과 나무는 물론 세상 무엇이든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하지 않으면
꽃이 피어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마음 넘치고 넘쳐 마침내
찢어진 가슴 열며 상처투성이 꽃
왈칵왈칵 구구절절이 피워내는 것
그리고 아품이 큰 꽃일수록
고웁고 향기 더 나는 것
사랑은 아프게 해야 한다
꽃이 아프게 피어나듯
가슴이 찢기도록 해야 한다
상처는 정녕코 아름다운 것이므로
아, 저 하늬 길목 갯도랑 찔레꽃
한겨울을 얼마나 아파했을까
온몸 가시에 뚫리는 고통 견디며
누굴 저리 활활 사랑했을까
<4>-찔레꽃/고은영-
보아주는 이 없는
깊은 산,
그래서
물빛 서러움일레라
하이얀 미소
순결의 서약으로 떠도는
슬픈 입맞춤
외로운 몸짓일레라
우수수
소리도 없이 떨어지는
깊은 언어의 침묵
아, 고독한 사랑일레라
천년을 기다려도
만날 수 없는 임을 그리다
이는 바람에 포물선 그리는
너의 하얀 비망록
<5>-찔레꽃 향기에 쌓인 그리움/하영순-
찔레꽃 향기에 쌓인 그리움
모퉁이 돌아돌아
산길 어귀
찔레꽃 향기 초여름 햇살 젖어든 오월
세상에 태어나서
탯줄 떨어진 자리
채 마르기도 전에
하얀 꽃가마 타고 가신 님
그때는
서러움도 그리움도 미처 몰랐습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찔레꽃 향기 가슴을 적시면
심장에서 치미는 그리움
목젖을 막아도
그립다. 말 못하고
찔레순 꺾어 씹어 삼키며 참아온 세월
서산에 산 까치 지저귀는데
찔레꽃향기 고개를 넘어
아카시아 꽃잎으로 피리를 봅니다
그리워 그리워서
피리를 붑니다
찔레꽃 하얀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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