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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시장' 굳세어라 금순아 뮤직비디오 (곽진언 X 김필)/ 나의 인천 연안 부두의 회상 "이 놈이 날 살렸어" "이 놈 땜시 내가 살았어"

장전 2015. 1. 3. 11:04

 

 

 

 

 

 

 

6.25의 대포소리와 비행기의 굉음이 지붕위를 울릴때

어느날 새벽 부모님의 말하시는 소리가 잠결에 들려왔습니다

 

"이 놈이라도 살려서 대를 이어야지" 하시는 아버님 말씀에

어머니는 그냥 흐느끼고만 계셨습니다

 

이른 새벽 6촌 할아버지에게 매달려 서울을 탈출하던 곳이 인천 연안부두였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의 흥남 철수 상황과 똑같은 아수라장 속에서

용케 배를 탓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로 배가 거의 가라 앉을지경이였습니다

 

숨막히는 어른들 틈새에서 부모님 생각뿐..그러다가 이데로 가면 영영 이별할 것 같아 그만 배에서 뛰어내렸습니다

6촌 할아버지께서 너무 당황하시어 "어 이놈이" 하시더니 같이 내리셨고

되돌아 보니 배는 이미 항구를 벗어나고 잇었습니다.

 

네 놈을 공연히 데리고 왔구나 하시며 절망을 하고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다른 마지막 배 한척이 온다는 소식이 들려 왔고

저는 할아버지에게 매달려 필사적으로 뛰어 배를 탈 수가 있었습니다 .

 

상황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고함소리, 울부짖는 소리, 서로의 이름을 애처럽게 부르는 소리...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습니다

 

 

얼마를 가는데 갑짜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왓습니다.

앞에 가던 배가 전복되어 모두 수장되엇다는 소식이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어떻게 광주 할아버지께 갔는지는 기억이 없습니다.

 

단지 광주 할아버지를 뵈웠을때 하시던 한 말씀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고맙다. 하늘이 도왔다. 잘왔다."

광주에서 중앙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사대부중에 합격되어  서울로 올라올때 까지 저는

부모님과는 생이별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를 데리고 갔던 6촌 할아버지께서 타계하시기 전 時祭에서

,일가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또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 놈이 날 살렸어" 이 놈땜시 내가 살았어"

 

 

 

1일 아침 손주들의 세배를 받으면서 초등 5학년인 장손이 갑짜기 낄낄대며

 "하지 뻥이지.." "하지가 뒤집어진 배에서 살았다는거.."

손녀들도 덩달아서  "할아버지는 뻥쟁이야...." 하며 뭐가 그리 우스운지 ....

 

 

"그래 뒤집어진 배에서 살았던 뒤집어진 배를 안탓던

 내가 살아 남았기에 너희들이 있는거다"

 

 

너희들은 영화 국제시장을 결코 잊으면 안된다.

이 할아버지도 그때 그시절을 겪었고 그리고 용케도 살아 남앗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 너희들과 함께 새 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

 

요즈음 까지도 어쩌다가 꿈을 꾸고는 식은 땀을 흘리며 깨여날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에 이끌려 필사적으로 뛸때 뒤에서 쫒아오는 인민군들의 군화소리와

지붕을 거의 스치듯 머리위로 날아기는 폭격기의 검은 동체...

 

영화 국제시장 보는것을 망서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날의 그 기억, 그래서 혹여 영화 도중 통곡이라도...

 

두려워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