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2월입니다
기억속의 12월은 언제나 통증과 같이옵니다
기억하세요 ?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
겨울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 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없이 오래 찔렸다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오래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그리고 지금, 주인없는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최승자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36.5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회 동기님들, 그냥 웃으시고 행복한 연말 보내시기를 . 부미님께 - 새로운 컴 도착했는지요.?...행복한 연말 보내시기를... (0) | 2013.12.10 |
---|---|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0) | 2013.12.06 |
[스크랩] 108배 (백 팔 참 회) (0) | 2013.11.29 |
저기 어디쯤 그리워했던 것들 모두 사라지고...내가 선 곳이 이렇게 아플 줄이야 / Your Beautiful Love - Back to Earth (0) | 2013.11.28 |
눈오는 창밖에 첫사랑이 살짝 다녀갔을지도 모릅니다. / 생각나는 클래식 모음 (0) | 2013.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