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선각자와 지도자/Vem Vet (누가 알아) - Lisa Ekdahl

장전 2011. 6. 7. 07:55

 

 

 

“당선자님. 제가 긴히 드릴 건의가 있습니다. 이건 아마 대한민국밖에 하지 못할 일입니다.”

 1998년 2월 9일 서울 여의도의 국민회의 총재실. 정치부 기자 시절이었다. 당시 41세인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에게 불쑥 이야기를 꺼냈다. “뭐요.”

 손 사장의 제안은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을 3년간 전 국민에게 무료로 개방하자는 것이었다. 한국 젊은이들이 앞다퉈 벤처와 혁신적 창업을 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김 당선자가 되물었다. “공짜로 하면 사업자는 뭐가 남소.” 손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 설명을 이어갔다. “그걸 국가정책으로 하는 겁니다. 정부가 일정 예산을 책정해 사업자에게 무이자로 융자해 주고 3년 후 서비스를 유료화해 사업자가 이익을 남기면 상환받으면 됩니다. 요즘같이 인터넷 정보통신망 사용료가 비싸면 젊은 벤처사업가들이 주저앉고 맙니다. 3년 마음껏 쓰게 하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산업들이 속속 생겨날 겁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걸 못합니다. 이걸 한국이 최초로 해야 미국·일본 따라잡고 정보화 혁명을 이루는 선두 국가가 됩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 김 총재에게 손 사장은 “당선자님. 전 소프트웨어 업자입니다. 이 구상에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정부 부담도 없고 지혜와 정책만으로 되는 일입니다. 실은 이 생각을 일본에서도 10년 전부터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의 총리는 자주 바뀌고 만나 주지도 않고, 리더십도 없습니다.”

 김 당선자는 옆에 있던 정호선 의원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특허가 103개나 돼요. 잘 이야기해 보세요.” 손 사장의 제안은 ‘퉁’됐고 결국 물거품이 됐다.

 세월이 지나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당시 손 사장의 제안이 현실화됐다면 아이폰·아이패드와 같은 도전적인 결과물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탄생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아무리 위대한 선각자도 그걸 수용하고 소화하는 지도자의 뒷받침, 리더십이 없으면 허망해지는 법이다. 찍새가 아무리 구두를 갖고 와도 딱새가 멋 나게 물광을 내지 않는 한 구두닦이 사업이 성립되지 않는 이치와 같다. 그런 점에서 손 사장은 불운했다.

 

김현기 도쿄 특파원

 

 

 

 

 

* Vem Vet (누가 알아) - Lisa Ekdahl *

Du ar en saga for god for att vara sann
Det ar en saga i sig att vi funnit varan
Vi kunde lika garna aldrig nagonsin motts
Eller var vart mote redan bestamd langt innan vi fotts
Vem vet, inte du Vem vet, inte jag Vi vet ingenting nu
Vi vet inget idag Vem vet, inte du
Vem vet, inte jag Vi vet ingenting nu Vi vet inget idag
Vem vet, inte du Vem vet, inte jag Vi vet ingenting nu
Vi vet inget idag Vem vet, inte du Vem vet, inte jag
Vi vet ingenting nu Vi vet inget idag
Du ar en saga for god for att vara sann
Det ar en saga i sig att vi funnit varan
Vi kunde lika garna aldrig nagonsin motts
Eller var vart mote redan bestamd langt innan vi fotts
Vem vet, inte du Vem vet, inte jag Vi vet ingenting nu
Vi vet inget idag Vem vet, inte du Vem vet, inte jag
Vi vet ingenting nu Vi vet inget idag..



*Lisa Ekdahl*


 

1971년 7월 29일 스웨덴의 Hagersten 출생 
스칸디나비아 대륙의 음악이 지닌 포크적 전통이 가미된 
팝 성향의 셀프 타이틀 앨범 "Lisa Ekdahl"(1994)로 자신의 존재를 알림, 
앨범에 수록된 싱글 'Vem Vet' ('누가 알아')의 성공으로 
스웨덴 인기 가수의 자리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그녀의 재즈 앨범에 대한 평가는 상업적 성공과는 달리 
대부분의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지 못했다. 
그것은 그녀가 완전히 재즈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그녀의 창법 때문이었다. 사실 그녀가 부르는 스탠더드 곡들은
근 40년간 여러 가수들에 의해 불렀던 방법과는 
아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s), 엘라 핏제랄드(Ella 
Fitzgerald), 사라 본(Sarah Vaughn)등의 재즈계의 디바(Diva)는 물론 
최근의 다이아나 크롤(Diana Krall), 파트리시아 바버(Patricia Barber)등의 
주목받는 여성 재즈 보컬과 비교했을 때 
리사 엑달의 미성숙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는 100% 재즈 보컬로 
인정하기엔 어딘지 어색한 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중들에게는 그녀의 가냘픈 목소리로 노래되는 
스탠더드 곡들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고 아양을 떨며 귀엽게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다.(그녀의 팬들의 상당 수는 남자다.) 
그러나 평론가들의 시각에서는 백인 여성 재즈 보컬의 대명사 
블로섬 디어리(Blossom Dearie)의 계보를 희미하게나마 
발견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음악보다는 깜찍한 외모를 강조한 
뮤직 비디오로 승부한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팝적인 창법을 기조로 짧은 호흡과 
소녀같은 여린 음색의 목소리로 표현된 그녀의 스탠더드 곡들은 
힘과 깊이 있는 목소리를 지닌 다른 여성 보컬들이 전달해 주었던 
재즈 본래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밋밋한 느낌을 준다는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