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그의 외로움은 가족으로부터도 외면당한다./'The Mother'

장전 2011. 5. 9. 07:11
document.title="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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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날'?
영화는 우리에게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메시지는 없지만 자꾸만 마음으로 수없이 되새김질하게 하는 영화도 있다.
'The  Mother'는 후자에 속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관람 내내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연민을
수없이 반추하게 만드는 영화.
'The 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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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교외에서 평범한 여생을 보내온 60대 후반의 메이는
남편과 함께 자식들을 만나러 런던에 온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아들과 며느리는
부모의 말벗이 되어주기엔 너무나 바쁘고
잘 풀리지 않는 작가 지망생이며 미혼모인 딸 폴라는
오빠의 친구이며 목수인 유부남 대런과 사귀며
그에게 집착하고 있다.
가족과 재회의 기쁨도 잠시,
갑자기 노쇠한 남편이 죽고
망연자실 혼자가 된 메이는 집으로 돌아갔으나
혼자된 막막한 두려움에 다시 런던의 아들 집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자식들과의 의례적인 관계와
무료하고도 소외된 일상은 그녀를 힘들게 하긴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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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거친 외양과는 달리 자식들보다 자신의
외롭고 힘든 감정을 이해해주는 딸의 친구 대런에게 이끌리며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던 삶의 생기를 찾아가고
이내 사랑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딸의 남자를 사랑하다'라는 태그 라인만 보면
일단 표면적으로 저질스럽게 느껴짐이 마땅한
불륜을 다룬 이야기 같은 선입감이 느껴지는 영화.
그런데 언뜻 보기에는 딸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인데
어쩐지 두리뭉실한 주인공 아줌마의 모습은
불륜이라는 쪽으로는 쉽게 연상이 되지 않는다.
포스터 전체적인 느낌은 마치 무언가(?)에 이끌려가듯
빠져들게 했고 '생의 마지막 열정'이라는 문구가
가슴을 저미면서 강렬한 시청의 유혹을 준다.
남편의 갑작스런 쇼크사로 혼자 늙어감이 두려웠고 무서웠던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라면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간에 어느 누가 소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다들 각자의 삶에만 바쁘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무색할만큼 그녀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해버리니 가족도
현대에 와서는 참으로 이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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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정점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그녀에게
'여성'이자 '인간'으로서의 삶을 열어준 이가 대런, 바로 그였으니
그와의 사랑을 어찌 불륜이라 치부하며 욕할 수 있을까.
사랑하게 된 사람이 우연히 딸의 남자친구였을뿐...
그녀는 그로 하여금 자신조차도 잊고 지냈던 새로운 삶을 찾았다.
사람들이 자신이 늙어가는 가운데서 가지는 모든 관계속에
스스로 얽매여 '본질적인 나'를 잊고 지내지는 않았으면 한다.
지금도 내 꿈을 잊지 말아야 하고
먼 훗날에는 더욱 진정한 나를 잊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그녀의
감정 흐름을 수긍하게 되며 여성의 아니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에 대해 깊은 공감과 동질의 느낌을 가지도록 만들어 버린다.
화면 내내 나타나는 영상은 고독과 외로움의 극한 모습을 보여준다.
홀로라는 개념에 대한 영상미를 감독은 보여주려 한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현실이라는 것은 온갖 고민으로 가득해지고
지독히 잔인할 정도로 숨이 막혀오는 것 같다.
아직 그리 많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가끔은 현실로부터 도피하고픈 충동이 있다.
젊고 건강한 이들만 사랑하라는 법은 없다.
정신적 혹은 육체적으로 결핍된 자라도,
주름 가득한 노인이라도 사랑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아름답지 않다는 이유로 터부시되어왔다.
사회적으로 약자이며 소외받는 이들이기에
그들의 외로움은 가족으로부터도 외면당한다.
감독은 가족간의 소통, 사회적 마이너리티의 소외감,
그리고 인간은 결국 고독한 존재라는 주제를
어려운 소재를 통하여 매우 설득력있게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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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도 소통이란 주제를 안고 있으며
소통이라는 것은 언어적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섹스일수도 있다는 것을 ‘마더’라는 영화는 보여준다.
‘마더’는 자신을 가두며 살아왔던 인생의
마지막 터널을 지나 원하는 곳으로 유턴해간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하지만, 때론 한편의 영화가
그 어떤 글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노년기에는 성적인 욕망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
‘엄마’는 죽는 날까지 자신을 생각하기보다는
가족들을 생각해야한다는 자식들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결국 그들로부터 소외된 ‘마더’는 집으로 돌아가지만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를 통털어 가장 인생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그림도구를 들고 어디론가 떠나는 ‘마더’는
주저앉아 남은 생을 받아들이기보다 늦게나마 어머니가 아닌
한명의 여자로서 자기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희망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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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영화를 시청하는 도중이나 시청 전에
'어떻게 딸의 남자와 엄마란 사람이 사랑에 빠져?'
이런 선입견은 버리자.
편견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면 진정한 영화 감상은 힘들어진다.
그리고 주인공 할머니의 연기가 참으로 소박하다.
대런과의 섹스신에서 온 몸이 뜨거워질 정도로
오르가즘을 느끼는 모습이라니...
스스럼없이 벌이는 낯 뜨거운 섹스신이 거북하지 않다.
오히려 그녀에게(이 새상의 모든 나이들어가는 여성에게)
뜨거운 박수와 열렬한 브라보를 보내고 싶고
나이를 먹어도 본질적인 여성성은 절대 퇴색하지 않았으면 한다.
늙었다고 본능까지 늙어버리는건 아니니까. 
늙는 것은 오직 육체뿐,
엄마라는 굴레 이전에 여자가 있다.
어쩌면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숭고함'과 '헌신성'은
사회가 또 우리 자식들이 무겁게 떠안겨주는 거부할 수 없는 짐일지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서도 우리의 엄마는
엄마이기 전에 한 여성임이 보여진다.
그토록 그악스러우면서도 바보스러운 엄마에게도
스스로 가슴 뜨거워지는 남자가 있었으니... 
현대인들은 스스로 많이 알고 대범한 척하면서도
죽은 엄마의 사랑 얘기를 읽으며 격노하던 아들.
-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첫사랑을 만나는 엄마에게 꼴도 보기 싫다며
화를 내던 딸의 모습. -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처럼
아버지를 향한 정숙함을 저버린 엄마를 생각하며
화를 내고, 자신이 속해있는 가정이
엄마의 사랑때문에 무너질까 두려워 화를 낸다.
'The Mother'의 딸은
엄마와 남자친구의 사이를 알기 전에는
엄마의 인생을 질투하고
사실을 알고 나서는
엄마의 사랑을 질투해 결국 엄마의 얼굴을 때린다.
사랑의 황홀함에 격정적인 자신도 누군가의 엄마이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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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의 사랑은 불편한가?
불편함의 이유는 끝도 없이 이기적이다.
신경숙은『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기에
아무도 기억 않는 엄마의 사라진 여인을,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존재였음을 얘기한다.
어른의 나이를 살아가게 되면서 언제인가부터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 못하는 엄마의 삶을
떠올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엄마의 
삶은 그 자리에 이미 단단히 굳어져서
그 곳에 우뚝 서서 이제는 변하는 바람에,
바깥의 소리에 반응하기만 하면 되는
너무나도 확고한 커다란 산 같은 삶이었다고...
그것만 생각할 뿐 엄마의 사랑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했음을 자책한다.
나의 엄마도 누군가의 가슴안에서는
뜨거운 감정을 피어 올리는 열정의 여자였을텐데...
나이 들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특히 '엄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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