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개싸움은 개싸움다워야 한다/개싸움-권기호

장전 2011. 3. 29. 08:27

 

 

 

 

 

개싸움/ 권기호

 


투전꾼의 개싸움을 본 일이 있다

한 쪽이 비명 질러 꼬리 감으면

승부가 끝나는 내기였다

도사견은 도사견끼리 상대 시키지만

서로 다른 종들끼리 싸움 붙이기도 한다

급소 찾아 사력 다해 눈도 찢어지기도 하는데

절대로 상대의 생식 급소는 물지 않는다

고통 속 그것이 코앞에 놓여 있어도

건들이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개들이 지닌 어떤 규범 같은 것을 보고

심한 혼란에 사로 잡혔다

 

이건 개싸움이 아니다

개싸움은 개싸움다워야 한다(개판 되어야 한다)

개싸움에 무슨 룰이 있고 생명 존엄의 틀이 있단 말인가

나는 느닷없는 배신감에 얼굴이 붉어왔다

 

 

 

 

                                                                       ACT4

 

 

 

 

 

 

 

 

 

 

 

 

'별처럼 바람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과서 아리랑   (0) 2011.03.29
L'apres midi  (0) 2011.03.29
유모어는 긍정에서.  (0) 2011.03.29
세기의 연인 ‘엘리자베스 테일러’ 타계  (0) 2011.03.28
생의 계단 / 헤르만 헤세   (0) 2011.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