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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이었다. 한 나라의 역사도, 세계역사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발전하고 번영을 이뤄왔듯이....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 24시간 속에서 어떤 사람은 알차게 보냈다고 뿌듯해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시간들인데 물 흐르듯 소비했다고 허탈해하고...
이렇듯 우리네 삶과 시간의 연관은 긴 역사만큼이나 뿌리가 깊다.
태고의 시간들은 수면속에서 흘러 그 개념조차 있지도 않은 채 그냥 주어진 삶 속에서 순응하며 반응하면서 살았는데,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을 거쳐서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은 시간과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벤쟈민 프랭클린의 잘 알려진 말처럼 "시간은 금(돈)이다"
몇시간 몇분 단위가 아니라 이젠 몇초 단위로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다.
단지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의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에 희망이 있다고나 할까.
이런 시간과 속도의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시간병’에 대항해 봄잎 움트듯 도래하고 있는 ’슬로운동’이
조금씩 두각을 내고 있다. 이 ’슬로운동’은 속도강박에 사로잡힌 우리네 삶들을 돌아보게 한다.
일, 음식, 인간관계, 성, 아이들, 우리를 둘러싼 모든 도시 환경...... 이젠 전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삶의 변화와 활력소를 주고 있다.
"느린 것이 아름답다" 과연 그럴까? 하고 묵직한 의문을 남기게 된다.
느림의 미학이 좋은것은 알고 있었지만, 과연 내게도 해당이 되는 말일까 하고 마음속에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도 여전히 매 삶속에서 시간과 속도의 전쟁을 수없이 하고 있으니깐.....
아침에 아이 어린이집 보내는데부터 시간과의 전쟁은 피할수 없다.
일찍 일어나도 시간이 다가오면 아이에게 "빨리~ 어서~" 보채게 된다.
시간을 모르는 아이는 짐짓 여유를 부리지만 나는 아이의 그 여유를 지켜줄 시간이 없음에 늘 허덕거리게 된다.
시간병이란 무서운 습관이 생활로 자리잡은 것이다.
"당신이 열차에서 무심히 창 밖을 보고 있는 사람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인가?
모두들 신문을 읽거나, 게임을 하거나, MP3를 듣거나, 노트북 작업을 하거나,
휴대전화에 대고 수다를 떠느라 여념이 없지 않은가" (본문 p22)
정말 그랬다. 모두들 주어진 시간 속에서 머리 속에 뭔가를 가득 넣으려고만 했지 창밖으로 펼쳐진 사계절의 풍경들을
오롯이 가슴으로 받아들인다는 생각은 못 하는 것 같다.
기차를 타고 가거나, 차를 타고 갈때 나 포함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태도는 시간 너머의 시간의 의미를 망각한 듯....
글을 보니 더욱 씁쓸하면서도 의미있게 다가왔던 것 사실이다.
삶에도 균형이 있는데 하물며 시간 속에서 균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법일것이다.
빠르게 해야 할때와 느리게 해야 할때를 아는 것, 이 "템포 기우스트"가 바로 슬로운동의 올바른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적당한 속도로 삶을 사는 것..... 이 적당한 속도의 의미가 애매모호하지만,
슬로가 항상 느린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서두르지 않는 것, 맹목적으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 때문에 속도를 높일 수 밖에 없을때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당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덜 하는 것이 더 많이 하는 것(less is more)"
결국 삶의 균형과 시간의 균형을 주도하는 것도 자신이지만, 시간에 이끌려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것도 자신이 감당해야 될 몫이겠지.
"빈 시간은 채워야 하는 전공이 아닙니다.
그 빈 시간이야말로 마음속의 다른 것들을 창조적으로 재정비할 수 있게 합니다.
4*4 퍼즐에 있는 빈 사각형 하나가 15개의 다른 조각이 움직일 수 있게 해주듯이 말입니다."
하버드 대학 학장이 매년 신입생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일부이다.
나는 이것을 시간의 뜸을 들이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밥솥의 밥도 맛있고 고슬고슬하게 되려면 뜸을 잘 들여야 되듯, 삶도 적당한 때의 숨고르기가 필요한 것이다.
책에서 ’슬로운동’의 중요성과 함께 삶의 밀접한 부분에까지 시간과 속도를 향해 내달리는 우리네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면서 그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특히 공감이 많이 갔던 부분이 음식과 아이들, 일과 여가 부분에서의 묵직한 공감대를 느꼈다.
요즘 집중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슬로푸드’.... 그리고 패스트푸드와의 상반된 입장들에 관해 관심이 높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된다.
19,20세기와는 또다른 사람들의 관심대상들이 변하고 있음에 주목하게 된다.
자기 고장에서 나는 신선한 제철 농산물, 수대를 거쳐 내려온 요리법과 지속가능한 농업, 장인적인 생산,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유있는 식사.....
일과 속도와 시간이란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가정과 휴식(여가)이 얼마나 중요한 변화로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일을 잘하려면 잘 쉬어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했다.
요즘같이 바쁨의 시간속에 새겨들을만한 말이 아닌가싶다. 바쁠수록 돌아서 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바쁜데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는 더욱 가지기 힘들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바쁨의 쳇바퀴는 삶이 다하는 날까지 계속 돌아가겠지.
자신의 수명의 불꽃이 사그라드는 어느 정점에서 자신을 내다보게 되는 날이 있겠지.
그때 나올 수 있는 말이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듯하다.
후회와 회한과 씁쓸함과 아쉬움의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오겠지.
때론 산도 보고, 피고 지는 꽃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바다도 내다볼 수 있는 여유가 삶에 깊이 뿌리박힐
날들이 머지않았음을 생각하게 된다.
느림의 삶.... 결코 시간과 속도를 무시하는 삶이 아니라, 어쩌면 자신의 내면을 잘 다스리라는 고백으로 들려온다.
아울러 나도 시간과 속도에 경쟁에 무조건 뛰어들게 아니라 한템포 숨 고르기를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에게도 1분 1초를 다투는 강박에서 자유하며, 자유롭게 사고하고 놀 수 있는 연대감과 소통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요즘의 강박증과 답답함도 나만 느려터진 것 아닐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이젠 그 강박증에서 풀려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봄눈 녹듯..... 봄이 오는 그 기대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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