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선교사의 편지 /Iva Zanicchi / Un Fiume Amaro (쓸쓸한 강)

장전 2011. 3. 8. 06:41

 

 

아이티는 1804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다.

그보다 10여년 전 아이티 북부의 항구도시 카프 아이시앵에서는 비밀집회가 열렸다.

 

흑인 노예들이 돼지피를 마시며 아이티를 신에게 봉헌하기로 서약하는 악마숭배, 즉 부두교 의식이었다.

 많은 아이티인들은 그때 그 봉헌 덕에 해방됐다고 믿고 있다.

 

그들에게 프랑스의 지배는 악마보다도 더 끔찍했다.

백인들은 땅을 빼앗아 교회를 세우고 원주민을 수탈했다.

백인들이 얼마나 악독했는지, 자칭 ‘천국주민’이 들어가는 마을마다 지옥이 연출됐다.

 

검정은 사탄의 색깔이며, 흑인은 영혼이 없다고 생각했던 가톨릭교회는 이를 당연시했다.

 아이티인들이 백인들의 신보다 악마를 선택한 것도 당연한 결과다.

 

 

 
며칠 전 지진참사를 겪은 볼리비아도 선교라는 이름의 만행을 역사의 아픔으로 간직하고 있다.

 

볼리비아인들은 16세기 스페인의 침략자들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잉카제국을 유린한 백인들은 선교도 강압과 폭력에 의지했다.

 

그들은 인디언들에게 개종할 것을 강요하고, 불응하면 무참히 살육했다.

 

통역도 없이 원주민을 모아놓고 “안 믿으면 노예로 만들겠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했으니, 약탈로 가기 위한 요식행위였던 셈이다.

 



케냐의 초대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

 

“선교사들이 왔을 때 그들은 성경을, 우리는 땅을 가지고 있었다.

 

‘기도합시다’라고 해서 눈을 감았다가 떠보니 우리는 성경을, 그들은 땅을 가졌다.”

 

할수록 적만 양산하는 선교라 하겠다.

 



종교 혹은 선교라는 이름의 마찰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슬람채권법 논란도 그 중 하나다.

 

“교회의 선교는 20세기 들어 가장 성공한 사탄의 전략이다.”

 

<볼리비아에서 온 편지>라는 책을 쓴 이기제 선교사의 말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복음의 가장 큰 적은 교회의 선교다.”

 

 

김태관 논설위원

 

 


Iva Zanicchi / Un Fiume Amaro (쓸쓸한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