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느 유명 백화점의 이야기다. 다른 매장은 매출이 30%이상 오르는데 유독 명품매장만 매출이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 측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명품매장에 미스터리 쇼퍼를 투입해서 암행사찰을 했다. 말하자면 위장 고객을 투입해서 점원들의 서비스 상태를 점검했다. 예를 들면, 등산복으로 허름하게 차려 입은 사람도 고객으로 보내보고 정장으로 그럴싸하게 차려 입은 사람도 고객으로 위장해서 명품매장에 보냈다. 그랬더니 점원들의 서비스 자세는 극히 이중적이었다. 등산복을 입거나 허름하게 옷을 입은 사람들은 아예 무시하고 물건을 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장을 잘 차려 입은 사람들에게는 서로 팔을 끌어당기면서 친절하게 굴었다. 그러니까 점원들이 고객의 외모에 따라 ‘물건을 살 사람’ ‘사지 않을 사람’으로 등급을 매기고 그에 따라서 친절과 서비스의 정도가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백화점 측에서 내린 결론은, 명품매장 직원이 자기가 명품으로 착각하는 것, 이게 매출이 안 오르는 가장 큰 문제다, 라는 것이었다. 그 자신이 백화점의 말단 직원이면서도 돈이 없어 보이는 사람을 우습게 보는 그 기묘한 자존심(?)과 착각이 매출을 떨어트리는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달리 말하면 속 보이는 ‘물 관리’, 얄팍한 ‘물 관리’가 문제이더라는 것이다.사실 명품매장 점원의 착각은 우리 모두에게도 따가운 이야기다. 명품으로 치장하면서 자신이 명품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자신의 배경이 든든함을 자랑하면서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나 되는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도 그렇다. 인간이 시원찮으니 명품 밖에 자랑할 것이 없고, 그 인간이 초라하니 화려한 자기배경 밖에 내세울 수 게 없다. 착각이 어디 그 뿐이겠는가? 국민의 공복(公僕)인 공직자들, 그러나 ‘공복’이라는 개념이 실종된지 오래다. 국민을 지배하고 부리는 주인노릇에 도취되어 있다. 일그러진 현실 속에서 그들의 착각, 종이 주인노릇을 하는 착각은 계속된다. 이 점도 짚어두자. 앞서 이야기한 명품매장의 점원들만 얄팍한 ‘물 관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가령 동창회 같은 곳에 가보면, 권세가 있고 재력이 있는 동창들에게는 명함을 건네고 술 약속이라도 잡으려고 줄을 선다. 그러나 별로 힘이 없어 보이는 동창들에게는 명함조차 잘 건네지 않는다. 자기 필요에 따라서 사람 등급을 매기고 ‘친밀도’의 표시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보기 어렵지 않다. 아마 다른 모임들에서도 그리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얄팍한 ‘물 관리’ ‘인간 관리’로 과연 인생경영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얼마나 먼 앞날을 장담할 수 있을까? 얄팍한 처신이 한때의 기회는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뒤가 말리는 화를 자초할 수 있다. 믿었던 줄은 단번에 썩은 줄이 될 수도 있다. 시절이 나날이 각박해지고 처신도 나날이 간사해지고 얄팍해진다. 역설적이지만 그럴수록 얄팍한 물 관리가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사람을 얻는 두터운 처신이 성공의 지름길이 아닐까? 그 사람의 이용가치를 노리는 처세술이 아니라 사람으로 승부하는 처세술이 성공의 지름길이 아닐까? 배영순(영남대 국사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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