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故鄕 長華里와 迎瑞堂의 빛

담양의 정자에서 배우는 조상의 지혜

장전 2010. 10. 3. 17:35

 

 

담양의 정자에서 배우는 조상의 지혜
한옥여행 | 2006/11/02 13:31 지리산아이

 


 

전라남도 담양에 가면 정자가 많다. 면앙정, 송강정, 식영정 등 사방 수 km 이내에 포진해 있는 수 십개의 정자들은 대나무와 함께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송순의 면앙정가와 정철의 사미인곡을 비롯한 우리나라 가사문학의 산파역할을 한 그 아름다운 시가들은 모두 이러한 정자 안에서 탄생하였다.



면앙정은 면앙 송순선생이 중종 28년(1533)에 봉산면 제월리 소재 제월봉 언덕에 이를 건립하고 면앙정가를 지은 바로 그 자리이다. 중앙에 겨울을 나기위한 방을 넣고 사방으로 대청마루를 깔았는데 높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 넓은 아랫녘의 들판이 시원스레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너럭바회 우에松竹(송죽)을 헤혀고


                         亭子(정자)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리)를 가리라 두 나래 버렷 .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내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올올히 펴진 드시


                    넙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 마나





(이곳에 선조들의 詩가 다수 걸려잇다.

언젠가는 영서당으로 탁본을 가져오려고 한다)

 


면앙정의 천장이다. 중앙에 길게 굽은 나무는 한옥용어로 충량이라고 하는데 이는 보의 일종으로 기둥과 그 위에 걸리는 대들보나 퇴보와는 달리 한쪽은 기둥, 나머지 한쪽은 대들보 위에 걸어 집의 뼈대를 형성하는 부재를 이르는 말이다. 수평과 수직이 생명인 한옥에서 지나치게 휘인 부재를 자연스럽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조상의 지혜가 엿보이는 광경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스산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 이후에 사용되던 방의 모습이다. 주로 한쪽으로 치우쳐 방을 설치하는 경상도의 정자와는 달리 이곳 전라도의 정자들은 대부분 중앙에 방을 설치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방식은 아궁이에서 불을 때기위해 마루의 한 켠을 조립식으로 설치하여 탈부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난간(계자난간)을 받치는 둥근 부재들을 볼 수가 있는데 이것은 계자각이라는 것으로 초기에 설치된 것은 아니고 중수과정을 거치면서 변형된 것으로 보여진다. 전통적인 계자각의 설치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아마도 경제적인 이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한생 연분(緣分)이며 하날 모랄 일이런가.

                                       나 하나 졈어 잇고 님 하나 날 괴시니,

                                       이 마음 이 사랑 견졸 대 노여업다…



가사문학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사미인곡의 서문이다. 송강 선생이 바로 이 집에서 지은 글인데 면앙정과는 불과 5분 여 거리에 있으며 선생이 1585년에 지어 사미인곡을 쓰고 난 이후에 폐허가 되어 방치되어 오던 것을 그의 후손이 1770년에 새로 지은 건물이다.







측면에서 바라본 모습인데 죽록정은 송강정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방을 중앙에 두었지만 북쪽으로 치우치게하여 아궁이를 설치했다. 면앙정과는 달리 새로 지은 듯 주춧돌과 기둥 합각부 등 많은 곳에서 최근에 대대적인 보수를 거친 흔적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