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똥개냐? 아무나 보고 꼬리 치게?"/The Young Ones - Cliff Richard 외

장전 2010. 9. 17. 09:53

 

 

 

 

중국 원산의 작은 애완견인 시추 한 마리가 산책 중에 내 발 냄새를 맡으며 접근해 왔다. 주인에게 허락을 구하고 쓰다듬어주니, 아예 내 무릎 위로 올라와 얼굴을 핥고 난리다. 열정적인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데 주인이 개를 타박하는 소리가 들렸다. "똥개냐? 아무나 보고 꼬리 치게?"

한 주인만 따라야 '혈통 있는 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위협적으로 구는 개를 기특하게 여기는 주인도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이런 개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문제견(犬)'으로 취급받는다. 집에 들어오는 낯선 사람이 도둑이 아니라 옆집 꼬마나 불을 끄러 달려온 소방대원일 수도 있기 때문에 개는 누구에게나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돗개가 해외 애견협회에 정식 품종으로 등재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오직 한 주인에게만 충성하는 품성이 염려되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도 어린 시절의 경험과 교육이 평생을 좌우하듯 개의 사회성도 동물학자들이 '사회화 시기'라고 부르는 생후 3~12주간에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 다양한 환경 및 사람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개는 훗날 낯선 상황에 쉽게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짖어대거나 심할 경우 공격 성향까지 보일 수 있다. 사람을 물어 죽인 맹견(猛犬)들은 평생 묶여 있거나 갇혀 있어서 다양한 환경에 노출된 적이 없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개는 이처럼 사람이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배우고 생각하고 느낄 줄 아는 '생명'이다. 앞으로 처음 본 개가 꼬리를 쳐댄다면 '그 녀석, 주인이 참 잘 키웠구나'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So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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