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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가을....2010 겨울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어디를 갈지, 무엇을 볼지, 어떤 곳에서 묵고 어떤 음식을 먹을지..
이미 서로를 잘 아는 터라 별다른 의논 없이도
"담양에 한 번 다녀오자" 하고는 며칠만에 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늘 그랬던 것 같다. 오랜 시간 치밀하게 계획 세운 여행은 꼭 출발일자가 다가오면 누군가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못가게 되고 오히려 급작스럽게 계획한 여행은 쉽게 가지더라는...
전 직장 동료중에 마침 담양이 고향인 사람이 있다며 한 친구가 볼거리, 먹거리 정보를 책임지기로 했고...
어느덧 나이들어 여기저기 한 군데씩은 '환자'인 친구들은 장거리 운전이 힘들어 운전은 내가 하기로 하고...
아침 일찍 모여 서둘러 출발했다.
남자들은 자고로 세 여자(어머니, 아내 그리고 네비게이션) 말은 꼭 잘 들으랬다지만...
여자들은.....남편이 준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말은 절대 들을 일이 아니다!!
남편의 네비게이션을 빌려 달았던 것인데 그만 '일반도로 우선'으로 세팅했다는 것을 안알려 주어
30분이 넘도록 고속도로를 코앞에 두고 국도로 국도로 달리다 아무래도 수상하여 그제야 '경로정보'를 눌러보니
'예상시간 7시간 20분'!!! 바로 경로 수정을 하긴 했지만 어떻게 가면 7시간 20분을 달려 담양에 도착할 수 있는지
국도로의 여행이 궁금해지기도...
담양은 2008년에 소쇄원과 식영정을 다녀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곳이고...
늦가을 늦은 오후에 보았던 고즈넉한 풍경들이 계절이 바뀐 겨울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몹시 궁금하기도 하여
가는 내내 가슴 설레는 기다림을 안고 달렸다.
맛있는 한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마침 식당이 소쇄원과 식영정 근처라서 첫 날의 목적지는 이 두 곳과 명옥헌원림으로 정했다.
어느 계절, 어떤 날씨에 찾아왔는지가 참 중요한 것 같다.
여름에 소쇄원에 왔었다는 친구는 소쇄원 앞을 흐르던 계곡물이 맑고 풍성히 흘렀었다는 기억을 되새기고,
늦가을에 이곳에 왔던 나는 가을 햇살과 운치있던 단풍들을 기억하고...
나무의 잎들이 다 지고 없어 '정원'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빠진 듯한 소쇄원을 처음으로 찾은 친구들은...
뭔가 못내 아쉽다는 이야기를 내내 한다.
이어 식영정에 들러서는 그곳의 위치가 강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곳이어서인지 소쇄원보다 차라리 낫다 하자,
나와 또 다른 친구가(여름에 찾았던...) 열심히 '소쇄원'의 아름다운 정취를 위한 변명을 열심히 해주었다.
물 흐르고, 단풍지고, 잎이 무성한 계절에 다시 오면 분명히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애양단의 동백나무 2010 겨울 애양단의 동백나무 2008 가을
겨울 동백나무의 잎이 붉은 빛을 조금 지녔고, 좀 더 진해 보였다.
 
제월당으로 오르며 바라본 석류나무 귀한 노란 빛으로 들어오는 이를 반기던 석류나무
2010 겨울 2008 가을
 
소쇄원 가는 길의 겨울 대나무 소쇄원 가는 길의 가을 대나무
2010 2008
겨울 식영정에선 정자보다 웅장한 소나무가 더 마음을 끌고...
영험한 기운을 품었을 것 같은 거대한 소나무 앞에서, 아내이고 엄마인 친구들은 저마다 조용히 나무를 쓰다듬으며 기원을 한다.
국문과 전공인 친구 덕분에 다 잊었던 '가사문학'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식영정 뒷뜰에 세워진 송강 정철의 詩碑 속 '성산별곡'을 읽어 보기도 하고, 부분부분 떠오르는 또 다른 가사들과 고교시절 배웠던 고문들을 되는대로 기억하며 뒤섞인 시대와 작가, 내용들로 한바탕 웃다가 이제는 우리도 나이가 들었노라...세월을 확인하기도 했다.
 
겨울 오후의 식영정 늦은 가을 늦은 오후의 식영정
2010 겨울 2008 가을
 
식영정에서 바라본.... 식영정에서 바라본....
2010 겨울 2008 가을
 
식영정 옆, 영험한 기운을 품은 소나무 서너번 용틀임을 하며 오르는 소나무
2010 겨울 2008 가을
식영정을 지나 명옥헌 원림에 들러 쓸쓸한 겨울풍경을 보고...
오래된 배롱나무들이 원림 가득 들어선 모습을 보고는 이곳은 겨울이 아니라 배롱나무가 한창일 때
반드시 다시 한 번 찾아와 연분홍, 진분홍 화사한 꽃들이 뜰 한가득 피어난 모습을 꼭 볼 일이라고...
여름에도 우리 같이 이곳을 다시 찾자는 약속을 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명옥헌 원림.. 연못과 명옥헌 주위에 빼곡히 심어진 배롱나무들은
올 여름 꼭 다시 와 그 화려한 분홍빛을 봐야 할 것 같은 기대감을 안겨준다.
숙소로 정한 담양 리조트에 짐을 풀고,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는...
다음날 아침에도 간단히 온천을 하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추운 날씨여서, 처음 계획했던 금성산성에 올라 담양호를 보리라는 계획은 접고,
늦은 아침을 먹고는 '죽녹원'으로 향했다.
죽녹원의 대나무들...
사진으로 찍는 대나무 숲은 그 빛깔이나 울창함, 서늘한 기운을 백분의 일도 전하지 못하는 듯하다.
대나무를 테마로 하여 여기저기 의미있는 이름을 붙인 산책로를 만들어 울창한 대나무숲 속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꾸며 놓은 죽녹원은 입구에서 부터 관람객을 반기는 여러 마리의 팬더곰 동상들 때문에 조금 중국스럽기도 하고 억지스런 분위기도 있긴 하지만 대숲의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고 오늘처럼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우수수 울리는 댓잎의 소리만이 아니라 줄기가 심하게 흔들리며 서로 부딪혀 내는 탁.탁.탁 유쾌한 소리를 경험할 수 있는 기분좋은 공간이어서 한 번쯤 가볼 만한 장소라 생각한다.
담양이 고향이라는 친구의 전 직장동료는...
담양의 훈훈하고 넉넉한 인심을 대변이라도 하듯...
자세한 정보를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수시로 우리들이 어느 곳을 보았고, 또 어느 곳으로 향하는지 물었고...
딸기밭을 한다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우리의 숙소로 갓 딴 딸기를 엄청나게 많이 보내주었다.
그 덕에 이번에 새로이 담양이 딸기의 산지로도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서울에선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싱싱한 딸기 맛에 반하여 돌아오는 길에 모두 한 박스씩을 더 사서...
딸기와 진한 딸기향으로 가득 찬 채... 집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친구들이 작년과는 또 달리 여기저기 많이 아프다 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한 친구가 체하여 오는 길 내내 고생을 했는데...
소중한 친구들이 한 해 내내 건강하기를, 그래서 오늘과 같은 즐거운 여행을 오래도록 함께 다닐 수 있기를...
새삼 기원해 본다.
무수한 대나무와 맑은 하늘로 기억되는 담양 여행.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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