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디지털 X-레이 아트

장전 2009. 1. 28. 13:38

X-레이 아트

1895년 X-레이의 발견은 사진 기술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영상기술의 발전의 덕으로 X-레이 영상도 더욱 발전하고 있다. 과거 필름형의 X-레이 사진은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화상이었고 촬영대상의 크기도 필름크기에 따라 제약이 많았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최근에는 필름형 X-레이 사진은 거의 없어지는 추세다. 2000년경부터는 PACS(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라는 시스템이 도입되어 X-레이 영상을 포함한 모든 의학용 영상이 디지털화되어 저장, 사용, 전송이 획기적으로 편리해졌다. 이렇게 디지털화된 X-레이 영상을 이용하면 컴퓨터그래픽으로 크기, 색상, 명도, 채도를 조절하고 합성과 편집을 쉽게 할 수 있다. X-레이 영상 작품에 작가의 감성과 의도를 훨씬 더 활발하게 표현 하게 된 것이다.

 

예스모닝이라는 작은 국화의 꽃봉오리를 잘랐다. 여러 개의 꽃을 X-레이 촬영하여 나선형으로 합성 배열해보았다. 꽃의 중심부를 자세히 보면 씨방이 잘 구별되어 X-레이 영상의 특성을 볼 수 있다. 우주는 빅뱅에서 시작했다. 역시 꽃도 빅뱅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담으려고 한 영상이다. 단순하면서도 X-레이 영상에도 빛과 시각효과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이미지다.



장미의 꽃말은 욕망, 열정, 기쁨, 아름다움, 절정 등이다. 남녀가 서로 격정적으로 축하할 때 장미를 선물한다. 이런 순간을 X-레이 영상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영상을 만들어 보았다. 장미 한 겹 한 겹 꽃잎의 실루엣이 겹쳐 열정에 신비감을 더해준다. 반투명한 잎맥도 X-레이 영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장미는 품종이 600여 종 이상 있고 각각 꽃말과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품종을 고르는 센스도 필요하다. 이 사진에는 ‘비탈’ 품종을 이용했다.



해바라기 하면 빈센트 반 고흐의 열정적인 해바라기 그림이 떠오른다. X-레이 영상에서는 짙은 노란색의 잎맥이 분명한 꽃잎이 보인다. 짙은 갈색의 씨방도 하나하나 분명히 보인다. 해바라기의 열정이 드러난다. 고흐가 만들어놓은 인식과 더불어, 우리에게 해바라기는 영원한 열정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병원에서 이용하는 X-레이 영상은 주로 뼈만 희고 검게 보이므로 약간 차갑고 섬뜩하다. 그래서 피부의 따뜻함이 느껴지도록 이중 영상 처리를 하였다. 서로 미래를 약속하는 금반지를 끼워주는 장면이다. 눈으로 볼 때는 손의 피부만이 접촉하지만, X-레이 영상에서는 손 안의 뼈가 튼튼한 지지대를 이루고 있는 것이 보인다. 미래의 행복을 바라는 굳건한 의지가 느껴진다.



2007년 말에 MBC TV의 의학드라마 ‘뉴 하트’가 방영되었다. 이때 출연 인물 중 김영희 교수(고 박광정)의 모델 역할로 자문과 자료를 제공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뉴 하트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 손으로 하트모양을 하며 장미를 감싸고 있는 영상을 만들어 보았다. X-레이 영상으로도 이렇게 사랑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즐거워 졌다. 그러나 박광정 씨는 이미 돌아가셨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생전에 축하 드리려고 만든 꽃이 영전에 바치는 꽃이 되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우리가 흔히 구도를 잡을 때 양손으로 네모를 만들고 그 속으로만 본다. 이 때 네모 안의 대상만 눈에 들어올 뿐 네모 바깥의 부분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X-레이 영상으로 보면 구도를 잡는 손뼈가 단단하게 틀을 이루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이 영상을 작업할 때 마침 새벽녘이 되었는데 오랜 작업으로 심신이 피곤했다. 바다 생각이 떠올라서 바다색의 소라 X-레이 영상을 구도 안에 넣으니 바다 소리가 들리는 듯, 청량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낙엽이 못내 아쉬워 한 여인이 손으로 가지를 꼭 잡고 있다. 일반 사진으로 이런 효과를 내는 것은 쉽겠지만 X-레이 영상에서는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손 부분에는 따뜻한 감정이 느껴지게 하기 위해 뼈와 피부가 동시에 보이도록 이중 영상법을 이용했다. 낙엽이 떨어져 싸인 부분에 잎맥이 겹쳐 보이는 것은 X-레이 영상의 특성이 되겠다.



가을이 되면 은행 잎도 초록색에서 짙은 노랑색으로 변한다. 잎의 가장자리도 낙엽을 준비한 듯 거칠어진다. 10월경이면 꽈리도 나와서 가을의 정취를 더 하게 한다. 꽈리를 투사한 X-레이 영상을 본 적이 있으신지? 분재처럼 만들고 싶어 아래에 통나무를 3mm두께로 얇게 잘라 받쳐보니 안성맞춤이다. 가을을 보여주는 분재가 탄생하였다.

온라인 전시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