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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 박상철
- 실례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 사업가가 ‘○○에 관한 의견’을 법률이 아닌 것으로 얕보고 지방 실력자와의 친분만 믿고 그에 배치되는 사업을 밀어붙이다가 결국 큰 손해를 보고 분통을 터뜨린 일도 있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간의 무역거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 자회사나 공장을 세우는 사례나, 한국인들이 중국에 들어가 개인사업이나 유학을 하면서 중국 내에 체류하는 한국인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우리와 같은 성문법주의 대륙법체계에 속하나, 사회주의 체제하의 법무용론 영향으로 사법(私法)체계가 붕괴된 상태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자본주의의 장점인 자유경쟁을 도입하고 외자 유치를 받기 위해 대외개방을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급속히 외국의 법률을 도입하였다. 그러다 보니 수시로 법률의 제정과 개정이 반복되어 법률 체계가 혼란스럽게 되고 사회주의 시절의 관행과 인치(人治) 전통이 결합되어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많이 훼손되어 중국인과의 거래나 현지 생활에서 많은 한국인이 당혹감을 느끼고 필요이상의 불안감을 갖기도 한다.
우선 중국의 법률은 이름부터 매우 복잡하고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어느 것이 상위법이고 더 큰 효력이 있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다. 한국에는 헌법-법률-명령-규칙-조례 등의 순서로 체계가 잡혀 있고 ‘상위법·신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어 효력의 크고 작음이 분명하다.
그에 위반되는 법령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무효선언이 되며 법원도 삼심제로 법령의 해석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견해를 통일하고 있어 시민의 법률생활에 예측가능성이 있고 편리하다.
그러나 중국에는 헌법과 법률 이외에도 ‘○○에 관한 통지’ ‘○○에 관한 의견’ ‘잠정규정’ 등 그 명칭이 법률 같지 않은 법률이 많이 있고, 그 법률의 제정기관에 따라서는 그럴 듯한 법률의 명칭을 가진 것보다도 우선적인 효력을 가진 것도 있다.
또한 중국에는 법률의 체계를 잡아주는 헌법재판소가 없고 법원도 삼심제가 아닌 이심제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판결로써 법령의 해석을 통일해주는 최종심이 없다. 50여개의 소수민족과 우리나라만한 30여개의 성이 모인 거대국가로서 지방보호주의적 경향이 강하므로 중앙법규와 배치되는 지방성 규정이 오랫동안 유효하게 통용되기도 한다.
실례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 사업가가 ‘○○에 관한 의견’을 법률이 아닌 것으로 얕보고 지방 실력자와의 친분만 믿고 그에 배치되는 사업을 밀어붙이다가 결국 큰 손해를 보고 분통을 터뜨린 일도 있었다.
중국 정부도 이러한 폐단을 없애고자 2000년 3월 15일 입법법이라는 명칭의 법률을 제정하여 헌법-법률-행정법규-지방성법규-규장의 법률체계를 세우고 범죄와 형벌, 민사기본제도, 소송과 중재, 비국유재산의 수용, 재정, 세수, 관세, 금융과 외자의 기본제도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률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정하도록 하였으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법률에 대한 해석권한을 갖도록 하였다.
새로이 제정되고 개정되는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늘 관심을 기울이고 대비하는 것이 중국의 법률생활에서 낭패를 줄이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 정익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