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언젠가 말한 적 있었지 전생에 장삼 입고 목탁 들고 산사에서 내려와 인적 드문 어느 마을
지나가는 파계의 목 마른 나에게
![](http://www.seasontea.com/technote/board/freeimg/upimg/1118236625.jpg)
물
한 모금 떠 주고 눈웃음 친 죄로 우리 우연히 만났는데 말 한 마디 못한 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표정으로 그대 우물가
심어놓은 팽나무 되어 한 오백년 지나 또 한 오백년 서 있고
![](http://www.seasontea.com/technote/board/freeimg/upimg/1118560673.jpg) 그대와
헤어진 천년 동안 황야 같은 거리 발길 닿는 곳마다 불어온 바람에 우수수 옛 추억 낙엽처럼 떨어져 무너진 가슴속에 쌓여
늘어놓으니 어두운 숲속 햇빛 드리운 곳에 문득 물 흘러가는 소리 그대와 헤어졌던 바로 그 곳이었구나
![](http://www.seasontea.com/technote/board/freeimg/upimg/1118560292.jpg) 오랜
옛날 새 한 마리 울고 있었다 어디선가 그 새 우짖는 소리 들려 고개 들어보니 나무 나무 소나무 나뭇가지 꼭대기에 그대와 함께
했던 행복한 둥지 하나 있어 그래 이승에서 그대 다시 만나 마음과 몸을 서로 만지며 나머지 삶을 영원히 같이 나누려고
하였는데
![](http://www.seasontea.com/technote/board/freeimg/upimg/1118560364.jpg) 그대는
내 목숨 여기까지 라며 내 사랑 여기까지 라며 나를 가로막는구나 아, 어찌하여 너는 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같은
것이냐 아, 어찌하여 나는 나무들 사이로 스쳐 가는 바람 같은 것이냐 다시 겨울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http://www.seasontea.com/technote/board/freeimg/upimg/1118560467.jpg) 산국화도
말없이 피어있고 어디선가 갑자기 흰나비 날아와 눈을 어지럽히는데 어느 천년 동안 불어오는 다른 바람에 낙화처럼 떨어지는
그대 만나러 나는 산으로 간다
詩-김종제 寫-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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