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훈
빈곤은 사회적 책임이라는데 불행은 왜 각자 몫인가
시카고 거리는 텅 비었지만, 갈곳없는 가난은 여전히 도시에 웅크리고 있다. 지하도, 버스정류장, 공원 파빌리온, 오가는 트램 속에서 고단한 인생들이 비를 피한다. 레익쇼어길 굴다리에는 노숙자 천막이 들어 찼다. 텐트 속에선 가래가 끓고, 지린내 풍기는 시멘트 벽에는 우울과 절망이 그을음처럼 덧칠돼 있다.
어? 그 화려한 미시간 애비뉴가 저기 지척인데 지옥이 이리 가까웠나? 그렇다. 누가 뭐래도 가난은 우리 곁에 있다. 그런데 가난은 감당하는 자에게 실제상황 이지만, 타인에게는 추상명사로 분류된다. 나만 아니면 되기 때문이다. 위정자는 가난을 구제한다고 하지만 구제된 가난은 없다. 수많은 경제학과 정책이 동원되는데 그 공자말씀들의 합은 "풍랑 잦아들면 바다는 잔잔해 진다" 이다. 케인즈의 '화폐개혁론' 앞머리에 나오는 허튼소리, 말은 참 쉽다.
어쨋든 이론은 쉬운데 백약이 무효다. 바스티야 우화에도, 룻소의 불평등 기원론에도 해결책은 없었다. 프루동의 '빈곤의 철학'은 맑스에게 '철학의 빈곤'으로 조롱 당한다. 그 맑스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페이비언 사회주의는 공허해 졌다. 소득의 재분배는 하딘과 오스트롬 책에만 있고, 부(富)의 낙수효과는 그냥 말장난(IMF) 이다.
그리하여 혜성처럼 나타난 구세주는 책상머리 담론을 비웃으며 자기만의 묘수가 있단다. 그렇게 당선된 구세주는 만국기 펄럭이는 취임식에서 오늘부터 행복 시작이라 약속한다. 그 유토피아 꿈의 유효기간은 열흘쯤 된다. 긴가민가 하는 세월이 가고 레임덕 무렵에도 가난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구세주 이전과 똑같은 부피의 불행에 좌절한다.
맞다. 무지개 너머에 파랑새는 없는데, 우리는 또 하나의 무지개를 좇을 것이다. 제프리 삭스에게, 아니 세상 무게는 혼자 짊어진 척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묻는다. 당신들이 말하는 '빈곤의 종말'은 언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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