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렀던 흔적들

하루에 책 한 권을 소개하고 그 말미(末尾)에 또 다른 한 사람을 추천하는 선한 영향력입니다.

장전 2020. 3. 7. 08:29
윤일원님이 이윤성님과 함께 있습니다.


[삼선 이야기] 7days 7covers 제6일차

2020.3.7.


7days 7covers 제6일차 미션을 수행합니다. 하루에 책 한 권을 소개하고 그 말미(末尾)에 또 다른 한 사람을 추천하는 선한 영향력입니다. 추천받은 분은 하루에 책 한 권을 7일 동안 소개하시면서 또 다른 분을 추천하시면 됩니다.

여섯째 날은 나만의 카테고리 부국강병에 관련된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소위 ‘통섭’ 분야라고 명명한 이 분야는 제가 정말로 천착(穿鑿)하는 영역입니다. 이런 책을 찾으려고 틈만 나면 신문의 ‘북’ 코너를 뒤적이기도 하고, 서점가를 들락날락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가 있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그런 것처럼 예전에는 함부로 남에게 책 추천하기를 주저했습니다. 책 또한 이처럼 내 인생관을 고스란히 남에게 보여주는 행위이며, 내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런 대가를 보지 못했습니다. 경세에 밝아 천하를 아우르는 지적 수준으로 가득한 책 한 권, 책이 세상을 바꿀 때가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한 권으로 시장경제가 왔다면 지나친 표현이지만, 그런데도 그 책 한 권의 수준이 나라의 격을 평하기에는 족합니다. 그때가 바로 1776년, 정조가 즉위한 해이며, 연암이 열하일기를 쓰고 조선인 최초로 만리장성을 넘어 그 바깥으로 나간 감격에 술로 먹물을 만들고 일필휘지했을 때가 1780년입니다.

“세 겹의 관문을 나온 뒤, 말에서 내려 장성에 이름에 새기려고 패도를 뽑았다. 벽돌 위의 짙은 이끼를 긁어내고 붓과 벼루를 행탁 속에서 꺼냈다. 꺼낸 물건들을 성 밑에 주욱 벌여 놓고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물을 얻을 길이 없었다. 아까 관내에서 잠깐 술을 마실 때 몇 잔을 더 사서 안장에 매달아 두었던 것을 모두 쏟아 별빛 아래에서 먹을 갈고, 찬 이슬에 붓을 적셔 크게 여남은 글자를 썼다.”

이미 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영국과 게임이 끝난 상태라고 할 수 있으며 그로부터 60년 후에 아편전쟁이 일어납니다. 그나마 일본은 아편전쟁 이후 정신이 번쩍 차리고 환골탈태하면서 나라의 생산성을 수십 배로 올린 후 동아시아와 태평양까지 침략하기에 이릅니다.

제가 읽은 책 중 주요한 책 몇 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로마를 이해하지 않고는 서양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로마에 관한 책은 너무 방대하고 로마가 왜 제국이 되었는지에 관한 종합적인 책은 제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귀납법적으로 견강부회한 글은 많지만 ‘왜’라는 질문을 들이대면 모두 빈곤해집니다. 카이스트의 김대식 교수의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의 로마제국 특강은 입문서로 읽을 만하며, 메리 비어드의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 SPQR>는 ‘자유’와 ‘공화’의 근원을 찾으려면 이 책을 강력추천해 드립니다.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은 책 제목만 보고 골랐다면 실망하기에 딱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진화론과 전쟁을 엮은 아자 가트의 <문명과 전쟁>이 훨씬 더 명저입니다. 새뮤얼의 <문명의 충돌>은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며 그의 예측대로 세계사가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책 속에 제시한 모델로 청출어람 후배가 나타난다면 재해석하면 될 일이라고 봅니다.

윌리 톰슨의 <노동, 성, 권력>은 책 제목만큼 인류사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여 다소 실망하였지만, 그런대로 그 값어치는 충분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벡위드의 <중앙 유라시아 세계사>는 강추 드립니다. 우리 역사를 이해하려면, 중국 너머에 있는 초원지대의 흥망성쇠 이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저 중국과 일본만을 지지고 볶고 하는 편협한 지식인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런 지적 갈증을 해소해 줄 책이라 생각합니다.

이언 모리스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와 대런 애쓰모글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모델을 갖고 세계사의 부국강병을 논했기에 이론이 탄탄하며 나름 개똥철학을 얻기에 참으로 좋은 책입니다.

이런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로저 오스본의 <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이해하는 정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고전이 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읽고 나서 얻은 그 감동을 아직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양반의 책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 이어지는 <문명의 붕괴>와 <어제까지의 세계> <대변동>은 여전히 통찰력을 줍니다. 문명의 붕괴에서의 통찰력, 제 삼선 이야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용문이 되었습니다.

데이비드 랜즈의 <국가의 부와 빈곤>과 에릭 바인하커의 <부의 기원>, 윌리엄 번스타인의 <부의 탄생>, 케네스 포메란츠의 <대분기>,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은 부국강병의 길에 마주치는 피할 수 없는 책들입니다.

이런 책들은 왜 서양이 산업혁명을 일으켰냐는 질문에 답을 해줄 책들이며, 반면에 동양은 무엇을 놓쳤느냐를 역으로 질문하는 책입니다. 그들이 무엇이 잘나서,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혁신은 궁핍에서 시작되고 그 궁핍의 첫걸음은 흑사병으로 시작된 인구의 소멸과 강성한 오스만 제국으로 발생한 이집트 병목현상이 대서양을 주목하게 되었고, 서양의 모든 항해술과 지리의 지식이 집대성된 포르투갈의 ‘엔히크’ 왕자가 세운 해양학교에 집결됩니다. 그 이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역사는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입니다.

반드시 읽기를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이런 것들이 모여 제 화두가 되었음은 당연합니다.

페북의 제 프로필에 “왜 어떤 나라는 파괴적 기술로 부국강병의 길을 걷고 왜 어떤 나라는 그 기술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까? 궁극적 요인을 찾아 떠나는 그 길에 만나는 역사와 문화, 경제 이야기다.”는 이 책 속에 핵심 내용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하나를 고르라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추천을 마치고자 합니다.

“누구나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던 핵심가치가 이제 생존과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그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과 타협해 살기보다는 차라리 죽기를 원하는 때는 언제인가? ⵈ 아마도 한 사회가 생존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떤 가치관을 고수할 것인지, 어떤 가치관을 버리고 새로운 가치관으로 대체할 것인지를 현명히 판단하는 데 있는 듯하다. ⵈ 따라서 이런 어려운 결정을 내릴 용기를 지니고 있고 또 도박에서 이길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회와 개인이 성공에 이르는듯하다.”

우리는 사회에서 불편한 존재로 취급받는 소위 ‘대깨문’, ‘문슬람’, ‘이니님’, ‘들딱’, ‘태극기부대’ 등 수없이 많은 집단이 있습니다. 모두 지식이나 지혜가 아닌 ‘신념’ 기반으로 형성된 가치입니다. 이런 가치를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가치관으로 대체할 것인지는 개인의 작은 문제입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서 사회주의 체제로 변화는 더 큰 가치관의 변혁을 가져옵니다. 더불어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관계의 변화는 더 커다란 핵심가치의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이 챌린지가 독서문화 확산에 기여하기를 바라며, 지금 영국에서 유학 중이며 자랑스러운 공직자의 후배이기도 하며 또한 존경하는 이윤성님을 허락 없이 불러 봅니다. 이선생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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