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무리를 지어 자라난 설악초의 잎이 눈이 부시듯 빛이 났다.

장전 2019. 5. 30. 08:29



한 여름 
한 낮의 폭염이 독재자처럼 군림하고 난폭하게 대지를 휩쓸고 지나가며,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지치고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 여파는 밤까지 이어져 사람들에게 열대야의 고통과,
잠못 이루는 밤을, 원하지도 않았는데 덤으로 선물 했다. 
 
그 와중에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자양분 삼아
설악초가 무성하게 자라났다. 
 
무리를 지어 자라난 설악초의 잎이 눈이 부시듯  빛이 났다. 
 
긴 타원형 잎에 가장자리 테두리가 하얗고, 테두리 안쪽은 회색이 가미된 녹색을 띠고 있다.
가장자리  흰색은 점차 녹색을 잠식해  들어가, 나중에는 녹색이 가운데 부분에
가느다란  선을 그은듯 일자형 막대 모양으로 좁혀지게 된다. 
 
잎은 계란 정도의 크기인데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꽃은, 잎자루가 시작되는 줄기에
옥수수 알갱이 만한 크기로, 보일듯 말듯 흰색으로 여러개 피어있다.  
 
설악초 꽃은 잎에 비해 크기가 너무나 작고, 하얀 잎에, 하얀 꽃이어서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라, 꽃이라는 그 존재감을 여실히 상실하고 있다.  
 
하얀 잎이 너무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설악초 잎을 꽃으로 여기게 되었다. 
 
나비도 하얀 잎에 속아서 헛 짓을 하는데, 
잎을 꽃으로 착각해 내려앉아 더듬이 빨대로 한참 잎을 더듬으며 꿀을 찿다가 실망을 하고는 날아간다. 
 
설악초의 이름도 하얀 잎에서 유래된것이다.
북미 온대지역이 원산이라고 하는데, 산에서 군집을 이루고 피어난 모습이,
마치 눈이 내려 덮인 것 처럼 보인다고 해서 '설악' 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작은 꽃이 잎의 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잎이 하얘지는 것은
 꽃에게 푸른 엽록소를 빼았겨 탈색되는 과정이라고 한다.
꽃이 피기전의 잎은 하얀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꽃에서 멀리 떨어진 아래쪽 잎들은 녹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꽃을 가까이 둘러 싸고 있는 잎들은 모두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설악초 잎은 꽃들에게 자신의 엽록소를 건네 주어 색이 변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눈처럼 깨끗하고 선명한 하얀색 잎은 녹색보다 더욱 돋보이게 드러나보여
나무잎이 나무의  주인이 되는 영광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주고 받음이 확실하고 냉정한 군더더기 없는 거래였다. 
 
무리지어 하얀색 빛을 내는 설악초.
달빛아래 그 자태는 야광주 처럼 빛나며  더욱 아름답게 드러난다. 
 
설악초 
 
한 여름
폭염속에  피어난 
눈부신 
눈 꽃 
 
잎으로 태어나
꽃으로 사랑 받았으니
부족함이 뭐 있을까 
 
밀가루 뿌린듯 하얗고
분을 칠한듯 뽀얗고
우유를 바른듯 윤기가 흘렀고
백설기처림 뽀송거렸다 
 
십오야 달빛은
꿈결인듯 
몽롱하게 흘러 내렸고 
 
은빛
달빛에 젖은 바람이 
부드럽게 살랑거리자 
 
설악
눈 꽃은
은어떼처럼 
지상을 유영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