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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에 올라온 별마당 사진을 보며 부친을 회상합니다.

장전 2018. 11. 18. 20:17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돈암동 신흥사 끝 자락에 있는 , 연탄배달 리어커 한 대 겨우 들어 올 수 있는골목의 마지막 집, 에서 서 누님 두분, 남동생과 여동생 5남매가 함께 살았습니다, 

당시 집은 대지 32평에 건평 12평의 목조 한옥이었는데 어떤 날은 부친께서 "자리에 누우면 밤 하늘의 별도 보이고 참 좋은 집이다"라며 쓸쓸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됩니다. 

부친께서는 당시 서울법대 교수로 재직중이셨는데 새 해가 되면 밀려드는 제자들이 집 안에는 들어 올 수가 없어서 조그만 마당에 덕석을 깔고 그곳에서 새베를 드리곤 했습니다. 

갓 결혼한 제 집사람은 하루 왼종일 부억의 문지방과 마당의 높은 턱을 오르내리며 차 심부름 하느라고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었습니다. 

타계하신지 수년이 지나 유품을 정리하다가 저는 우연히 부친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습니다.일기장 한 모서리에 "하루종일 원고지를 매꿔도 돈도 안되는데...막네는 돈달라고 칭얼대고.
.    ." 이 글을 전해들은 막네가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web에 올라온 별마당 사진을 보며 부친을 회상합니다.
 "언제나 책 속에서 함께 살아라. 보던 보지 않던 책 속에 묻혀 살아야 한다. 
어느날 우연히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책을 보게 되면 표지와 제목이 보일것이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제목을 보며 내용이 무었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책을 집어들게 된다. 
책에서 손을 놓지 말아라...

" 밤에는 밤하늘의 별이 보이고 겨울이면 웃목의 자리끼가 얼어서 마실 수도 없는 
1평 반의 비좁은 공간에서 국무총리 공관에 까지 가시는 동안의 일생을 이제 다시 반추해봅니다. 
그리고 세상사에 기가막혀 책에서 손을 놓고 있는 제 자신을 돌아보며 속으로만 말합니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이미지: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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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신각수 참 선비이시자 참 스승이셨던 선생님 생각이 납니다. 어지러운 작금의 상황에 올곶으셨던 선생님이 계셨으면 웃어른으로 얼마나 든든할까 생각해 봅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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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웅 신 대사님은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부친과 각별하신 사이셨지요. 외교부에서 자료가 필요하시면 항상 신 대사님을 찾으셨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늘 건안 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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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훈 강직하신 학자님, 그 시절의 사셨던 모습을 상상 합니다. 
후학들의 존경과 흠모는 그래서 더 뜨겁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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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웅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 꼬막 동네 꼬막집이 더 행복한 시절이였던듯 싶고 그리워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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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 Sang-Il 그러시군요. 회장님 늘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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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웅 별일 없으시지요? 동경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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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 Sang-Il 네. 회장님. 크리스마스전 한국에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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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지금의 이 여유, 대체적 풍요의 근원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런 시절을 그쳐 이 시대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가야 하는데, 요즘은 한계를 많이 느끼게 됩니다. 공감하며 동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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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웅 지금 저는 늘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너무 잘살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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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아버님은 총리셨군요. ?
항상 좋은 책을 읽어야 풍요로운 심상과 정서의 밭이 넘치는데 ,
근 몇 년은 아주 바짝 메말라 버렸습니다...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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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웅 올리시는 글을 보면 그렇지도 않으신것 같은데요....좋은 계절입니다. 즐기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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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이종웅 감사합니다.
원래 아주 낙천적인 면도 많고요. 비관적인 면도 있고,
해골이 좀 여러 각도로 복잡하기도 한 스탈예요..ㅎㅎ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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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김장하던 손을 멈추고 선생님의 글을 읽고 눈부신 햇살과도 같은 존엄한 삶을 보는듯 합니다.고맙습니다.좋은 글 읽고 페이스북도 참 좋은 것이로구나 생각합니다.늘 좋은 날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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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웅 요즈음은 왜 작은 일에도 감동 받고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한 폭의 요정같으신 정 선생님 사진이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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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이종웅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오히려 제가 고맙습니다.좋은 인격적인 환경에서 삶하신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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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Doosoo 시골은 벌써 알싸한 오늘 아침. 청백리의 모습을 봅니다. 우리 나라가 그래서 이만큼 발전해온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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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호 고인께서는 정말 존경받으실 분이시지요. 감사원장으로서나 국무총리로서도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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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웅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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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후손 소하님도 훌륭하고 멋진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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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웅 그건 김은주님이 항상 좋게 보아주시는 덕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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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겸 선비의 향기가 그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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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웅 선비요? 대학 진학때 문과하면 혹여 굶을지도 모른다며 이과로 나를 보내셨습니다. 어쩌면 마음 아픈 지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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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경 그럼 이한기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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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웅 예 제가 장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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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경 이종웅 아! 그러셨군요. 참 꼬장꼬장한 분이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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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운 공유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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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 安貧樂道하는 참 선비의 전형을 떠올리게 하는 일요일 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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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영 책을 굉장히 많이읽으셨고 지금도 읽으시는것으로 아는데 아버님의 영향도 크셨군요 ᆢ ᆢ그런데 아무리 부모님의 말씀대로 살았어도 돌아가시고나면 자식은 항상 죄송스러운일 투성인것같애요 ᆢ
그런데 이글을 읽으면서 고모부 아버님의 말씀과 자취를 생각해보니 요즈음 세대들은 인생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시하고 살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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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Kyung Sung 선비의 맥을 지키셨으니 우리의 얼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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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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