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은 송년음악회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실러가 지은 시 '환희의 송가'에 베토벤이 곡을 붙인 4악장은 장엄한 아름다움으로 우리의 영혼을 사로잡는다. '모든 사람이 형제가 되리라(Alle Menschen werden Br�jder)'는 노래를 통해 베토벤은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베토벤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의 곡들은 후대에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었다. 무엇보다도 베토벤은 히틀러가 가장 좋아했던 작곡가였다. 그는 "베토벤이라는 단 한 명의 독일인이 모든 영국인을 합친 것보다 음악에 더 큰 공헌을 했다"고 단언했다. 9번 교향곡도 히틀러와 나치들이 가장 즐겨 연주했던 곡이었다. 특히 1933년에 나치 당원이 되었던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에는 이 곡이 빠지지 않았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1937년과 1942년의 히틀러 생일, 그 외에도 히틀러청년단이나 나치군, 히틀러 친위대를 위한 연주에 '환희의 송가'가 자주 울려퍼졌다.
1934년 11월 실러의 탄생 175주년 기념일에 히틀러는 "20세기의 천재가 18세기의 천재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과장하여 말했다. 나치는 이 곡을 세계 만민을 위한 노래가 아니라 독일 국민을 위한 노래로 만든 것이다. 유명한 공산주의 계열 작곡가 한스 아이슬러는 이 점을 비꼬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영토를 지배하려는 곳 주민들, 유대인, 흑인 같은 사람들만 빼고 모든 사람이 형제가 되리라."
다른 사람들은 전혀 다른 목적으로 이 곡을 이용했다. 독일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했던 지휘자 발터 담로쉬는 '유럽의 전쟁광들을 진정시킨다'는 의미로 1938년에 뉴욕에서 '환희의 송가'를 연주했다. 심지어 1944년 3월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사람들이 합창단을 조직하여 체코어로 '환희의 송가'를 불렀다. 이때 이 곡은 나치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었다. 오늘날에도 사정은 유사하다. 1972년 이래 유럽연합의 노래로 이 곡을 사용하고 있는가 하면 가장 추악한 인종주의 국가였던 로디지아가 이 곡을 국가로 사용하기도 했다. 죽은 변도변(베토벤)씨는 지하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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