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조선닷컴 |
식물은 햇빛을 받아 물과 이산화탄소로 포도당을 만들고 우리가 호흡할 산소를 배출한다. 최근 이러한 식물의 광합성(光合成) 원리를 모방해 물에서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수소는 연료전지에서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면서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햇빛과 물만 있으면 언제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햇빛으로 물에서 수소 추출 이 원리를 응용하면 낮에 태양전지가 만든 전기 중 일부를 사용,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 뒀다가 밤에 수소 연료전지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 내는 완벽한 청정에너지 시스템이 구축된다. 하지만 물에서 수소를 뽑아내려면 값비싼 백금 촉매가 있어야 한다. 또 물이 아주 강한 염기 상태여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다 맞추다 보면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대니얼 노세라(Nocera) 교수와 매튜 카난(Kanan) 박사는 지난달 1일 '사이언스(Science)'지 인터넷판에 "백금보다 훨씬 저렴한 코발트로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물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코발트는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이다. 하지만 물에 쉽게 녹아 촉매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노세라 교수팀은 코발트에 인산칼륨이라는 물질을 첨가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이 상온에서 일반 수돗물이 담긴 비커에 양극과 음극 전극을 넣고 태양전지가 만든 전기를 흘려주자 코발트와 인산칼륨이 양극에 달라붙어 물에 녹지 않는 막을 형성했다. 이후 코발트 막 주변에서는 산소 기포가 솟아올랐다. 산소와 분리된 수소 이온은 반대편 음극으로 이동해 전자를 받아 다시 수소 분자가 되고 기포로 떠올랐다.
사이언스지는 별도의 해설기사를 통해 "MIT대의 연구결과는 수소연료전지 상용화를 위한 엄청난 의미를 지니는 성과"라고 밝혔다. 미국립과학재단(NSF)도 "태양을 24시간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노세라 교수는 "상용화를 위해선 촉매의 성능 개선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10년 내 가정에서 필요한 전기를 가정용 태양전지와 수소연료전지로만 해결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태양전지를 거치지 않고 직접 햇빛으로 물을 분해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식물의 광합성에서 물 분해를 담당하는 핵심 효소에는 망간이 들어있다. 호주 모나시대 레온 스피시아(Spiccia) 교수 연구진은 전극에 식물과 흡사한 망간 막을 만들었다. 이 전극을 물이 담긴 비커에 넣고 햇빛을 비추자 수소와 산소가 분리돼 나왔다. 스피시아 교수는 지난달 17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식물이 30억년 진화를 통해 이룩한 메커니즘과 성분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며 "물 전기분해는 예전부터 해왔지만 1.2볼트(V) 정도의 약한 전기에너지인 햇빛만으로 물을 분해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분야 권위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8월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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