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민들레에 대해서...
민들레는 동서양에 흔하디 흔한 들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질방이, 앉은방이, 보개초, 포공초, 포공영’ 등으로 불리어진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높이 30cm정도의 다년생 초본이며, 한·중·일의 산야지 초원에서 볕이 잘 드는 곳에 서식한다.
꽃은 4∼5월에 노란 색으로 피는데 잎과 길이가 비슷한 꽃대 끝에 1개가 달린다. 꽃대에는 흰색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지고 두상화 밑에만 털이 남는다. 열매는 길이 3∼3.5mm의 긴 타원 모양이며 갈색이다.
우리가 보통 민들레라고 부르는 것은 서양민들레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양민들레는 꽃 아래 부분 즉 꽃받침으로 생각하는 총포가 아래로 젖혀져 있으나 민들레는 젖혀져 있지 않고 바르게 붙어 있다고 하니 주의하여 살펴보면 초보자라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민들레를 먹자
민들레 뿌리는 가을이나 봄에 캐서 된장에 박아 두었다가 장아찌로도 먹고 김치를 담가서도 먹는다고 한다. 우엉과 함께 조려 먹어도 맛이 있고 기름에 튀겨 먹어도 일품이다.
민들레꽃이나 뿌리는 술을 담근다. 꽃이나 뿌리에다 2∼2.5배의 소주를 부어서 20일쯤 두면 담황색으로 우러난다. 여기에 설탕이나 꿀을 넣고 한두 달 숙성시켰다가 조금씩 마시면 강정·강장제로 효과가 있다.
서양에서 민들레로 만드는 요리는 십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프랑스 요리에 민들레 샐러드가 있다. 또한 서양에서 민들레 커피는 오래전부터 인기가 좋다. 민들레 뿌리를 말려 볶아서 가루를 내어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인데, 맛과 빛깔은 물론 향기까지 커피와 비슷하여 민들레 커피라고 부른다. 커피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카페인 같은 유해물질도 없으며, 습관성·중독성도 없을 뿐더러 영양이 풍부하고 몸에 매우 유익하다고 하니 우리도 마셔 봄직하다.
만병통치약 민들레
한방에서는 꽃피기 전의 식물체를 포공영(蒲公英)이라는 약재로 쓴다. 열로 인한 종창, 유방염, 인후염, 맹장염, 복막염, 급성간염, 황달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열로 인해 소변을 못 보는 증세에도 사용한다. 민간에서는 젖을 빨리 분비하게 하는 약으로도 사용한다.
더욱이 민들레는 위염을 다스리고, 암세포를 죽이며, 간은 보호하고, 머리카락은 검게 한다고 한다. 이정도면 가히 시골 약장수의 입에서 튀어 나오는 만병통치약보다 한수 위이다.
이처럼 쓰임새도 많고 우리 나라 천지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것이 민들레이지만 사람들은 민들레가 그리 중요한 약재 인줄을 모르고 지낸다. 물론 나도 자료 조사를 하면서 최근에 알았을 뿐이다. 아니 서양민들레라는 것이 우리 강산에 깔려 있는 줄도 최근에야 알았다.
아무튼 민들레는 우리나라에서뿐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유럽, 아메리카의 인디언들 까지도 중요한 약으로 썼다고 하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방면에 유용하게 쓰여진 들풀임에는 틀림없다.
■ 위염, 위궤양 등의 위장병
민들레 생잎을 깨끗하게 씻어서 씹어 먹는다. 쓴맛이 나지만 습관이 되면 그런 대로 먹을 만하다. 뿌리째 캐서 그늘에 말렸다가 진하게 달여서 먹어도 좋다.
■ 만성간염, 지방간 등의 간질환
민들레를 뿌리까지 캐서 그늘에서 말린 것 30-40그램에 물 1되(1.8리터)를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3-4번에 나누어 마신다. 황달이나 간경화증 환자가 치유된 보기가 더러 있다.
■ 변비, 만성장염
4-5월에 민들레 뿌리를 캐서 말렸다가 가루 내어 한번에 10-15그램씩 하루 세 번 밥먹기 전에 먹는다. 같은 양의 꿀과 섞어서 알약을 만들어 먹어도 좋고 더운물에 타서 먹어도 된다.
■ 천식, 기침
민들레를 생즙을 내어 한번에 한 잔씩 하루 세 번 마신다.
■ 산모의 젖이 잘 안 나올 때
민들레 뿌리를 물로 진하게 달여서 마시거나 생잎을 무쳐 먹는다.
■ 신경통
민들레의 꽃, 잎, 줄기, 뿌리를 달여서 차처럼 수시로 마신다.
민들레처럼 그리고 강아지똥
박노해 시인은 감옥에서 “민들레처럼”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특별하지 않을 지라도 /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 민들레 뜨거운 가슴 / 수천 수백의 꽃씨가 되어
해방의 봄을 부른다 / 민들레의 투혼으로.“
권정생 선생의 '강아지똥'에서는 민들레가 조연이다.
흰둥이가 골목길 담 밑 구석 쪽에 똥을 누었는데 날아가던 참새 한 마리가 더럽다고 하면서 가버렸죠. 이말에 서럽게 울던 강아지똥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텐데….’
봄비가 내렸습니다. 강아지똥 앞에 파란 민들레가 싹이 돋아났습니다.
“넌 뭐니?” 강아지똥이 물었습니다.
“난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야.”
“어떻게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니?”
“그건 하나님이 비를 내려 주시고, 따뜻한 햇볕을 쬐어 주시기 때문이야.”
“그래, 그렇구나….”
“그런데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네가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어머나! 그래? 정말 그래?”
강아지똥은 얼마나 기뻤던지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아 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사흘 동안 비가 내리고, 강아지똥은 온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져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었습니다.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습니다.
향긋한 꽃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습니다.
다시 민들레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추하지 않은 민들레, 흔히 볼 수 있으면서도 소중한 민들레, 연약하면서도 강한 자생력을 지닌 민들레. 그래서 우리들 삶에는 민들레에 얽힌 사연도 많고, 민들레를 빗댄 노래도 많다. 사랑노래부터 삶의 다짐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민들레를 활용한 김치에서 장아찌까지, 샐러드에서 커피까지, 그리고 술과 약용으로 그 활용도가 만만치 않다. 약으로서 효능은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다시 민들레를 볼 것이다. 그 질긴 생명력과 자생력은 정말 우리의 삶이 되어야 한다.
우리들의 삶은 깨지고 부서짐의 연속이다. 수시로 넘어지고, 실수하고, 좌절하면서 걸어간다. 엎어지고, 코가 깨지고, 질퍽 거리면서도 나아가야 한다. 비록 민들레처럼 살 수는 없을 지라도 강아지똥은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걸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