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
창밖 키 큰 나무의 초록 바람이 어디 먼 세상으로부터 흘러온 울음같이 느껴지는 저녁입니다/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장전
2020. 12. 14. 20:19
외출에서 돌아와
소파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문득 온통 안개에 싸여 있던 어둠이 걷히며
나는 어느 기차 난간에 기대어 강변길을 달리고 잇었습니다
강 주위로 삼원색의 나무들이 열을 지여 도열해 있고
나는 그만 황홀한 풍경에 도취되어 흘러가는 창밖을 바라다 보고 있었습니다
갑짜기 강 멀리서 한 척의 나룻배가 배젓는 노도 없이
흐르는 강물을 따라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잇었습니다
나는 무언지 그리움으로 가슴이 뛰고 벅차오르며
다가오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려고
창 밖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몸을 내밀었습니다
나룻배는 다가와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데
무었때문인지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온 몸이 땀에 젖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다가
그만 기차에서 떨어져 버리고 놀래어 잠에서 깨여났습니다
늘 되풀이 되던 일상이 한 순간 낯설어지며
휘청, 어지럼증이 지나갑니다.
창밖 키 큰 나무의 초록 바람이
어디 먼 세상으로부터 흘러온 울음같이 느껴지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