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바람처럼

나는 언제나 정의의 입장에 서 있었다... 고백하건대 나는 스스로 살인을 하고 싶었다. / + 부활 - 생각이나

장전 2019. 1. 28. 04:58

- 나는 언제나 정의의 입장에 서 있었다... 고백하건대 나는 스스로 살인을 하고 싶었다. 나는 이 일을 예술가가 자기를 표현하려는 욕구라고 해석했다. 나는 범죄예술가가 되려고 결심했다. .. 나는 타고난 정의감에 대한 욕망을 누르고 살아왔다. 죄 없는 자가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된다.. /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중에서. (범인의 자기 고백 일부)


법이 무죄판결을 내렸으나 그 속내가 미심쩍은, '법률의 손이 미치지 않는 살인'을 한 것이 틀림없다고 추측되는 열 명이 인디언 섬에 초대되어 공포 속에서 차례로 살해된다.

사람이 사람을 직접 단죄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당연히 노No,지만, 법의 이름으로 죄를 처벌하지 않으면 사회의 안전은 유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법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그 틈으로 빠져나간 죄인이 많은 것도 사실. 하지만 그런 자들에 대한 처벌만이라도 개인이 자행해야 하지 않겠는가,에 대한 답은 깊은 고민이 따름에도 불구하고 노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란 자로 잰 듯 딱 떨어지지 않는 존재, 울타리 안에 가두어 놓는다고 해서 얌전히 앉아 있는 생물체도 아니다. 언제나 예기치 못한 일은 터지는 법.


섬에 초대된 열 명은 의도적인 살인범이었으나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고 법의 이름으로 면죄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거짓임을 아는 누군가가 그들을 섬 안에 가두고 차례차례 잔인하게 살해해 간다. 가장 먼저 죽는 자의 죄가 가장 가볍다. 옆에서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 차례는 언제일까 느끼게 되는 공포야 말로 어쩌면 가장 큰 형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 명 모두가 사라지고, 마침내 섬에는 아무도 남지 않는다.


추리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일까. 비리와 비리가 얽혀 있는 이해집단 속에서 이런 일은 사실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B가 A에게 행한 일의 과보는 사라지지 않는다. 감옥에 갇혀 자기변호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해도, 심지어 이미 죽어버렸다 해도, A는 C,D,E,F,G...에게서 그간의 이자까지 쳐서 그 벌을 받는다. B가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이 일 저 일을 꾸미면서 엮어놓고 흩어놓고 얽어놓은 복잡한 관계들 때문이다.


너는 나보다 더 가질 수 없어! 네까짓 게 감히! 네 죄를 덮고 살려준 게 누군데 나한테 대들어? 나만 죽을 순 없잖아! 하며 뒤엉키는 원한들, 일일이 헤아릴 수 없는 욕망과 이해타산이 한시도 쉬지 않고 작동하는 것이다. 결국 나를 처벌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다. 자기 스스로 짜 놓은 그물, 자기 스스로 파 놓은 함정, 자기 스스로 배신하는 혓바닥. 그것이 바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촘촘하게 짜인 세상의 법망, 우주의 법망이다.


김태우 수사관, 신재민 전 사무관의 내부 고발에 이어 손목포, 서청탁의 권력비리가 터지더니 급기야 태블릿PC조작 의혹 혐의가 있는 괴벨손처키의 검은 실체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김웅이라는 기자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외부의 충격과 함께 저들은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으며 자멸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다 보면(다양한 리메이크 영화로 봐도 좋다) 다음 차례는 누구일까,도 궁금하지만 다음 사람은 어떤 사악한 죄를 지은 다음 어떻게 덮었고, 그 결과 어떤 처형 방식으로 죽게 되는 것일까도 사실 몹시 궁금해진다. 독자(관객)의 속물적이고도 잔인한 속성이랄까. 그래서 이 모든 살인을 저지르는 잔혹한 범죄자에 대한 혐오나 증오를 갖는 게 좀 어려워진다.


2019년, 대한민국에서는 소설보다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전개가 기다리고 있다. 다음 폭탄은 어디에서 터질까. 다음 처형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아 가장 잔혹하게 죄의 대가를 치루는 자는 누구일까. 나 또한 속물근성이 있는지라, 팝콘 집어먹으며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활 - 생각이나 항상 난 생각이 나 너에게 기대였던 게 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안고 있었고 그땐 난 몰랐지만 넌 홀로 힘겨워하던 그 모습이 자꾸 생각이나 아주 오랜 후에야 내가 알 수 있었던 건 나를 안고 있지만 너도 힘겨워했지 항상 나에게 웃으며 넌 다가왔지만 나에게 항상 넌 기대고 싶었음을 꿈속에선 보이나 봐 꿈이니까 만나나 봐 그리워서 너무 그리워 꿈속에만 있는가 봐 힘겨워했었던 날이 시간이 흘러간 후에 아름다운 너로 꿈속에선 보이나 봐 아주 오랜 후에야 내가 알 수 있었던 건 나를 안고 있지만 너도 힘겨워했지 항상 나에게 웃으며 넌 다가왔지만 나에게 항상 넌 기대고 싶었단 걸 몰랐기에 꿈속에선 보이나 봐 (꿈에서 보이나 봐) 꿈이니까 만나나 봐 (그래서 만나나 봐) 그리워서 너무 그리워 꿈속에만 있는가 봐 힘겨워했었던 날이 시간이 흘러간 후에 아름다운 너로 꿈속에선 보이나 봐 나에게 넌 그런가 봐 (나에겐 그런가 봐) 잊혀질 수가 없나 봐 (잊을 수가 없나 봐) 사랑해서 사랑을 해서 그럴 수가 없나 봐 시간으로 시간으로 잊혀져 가는 거지만 아름다운 너로 꿈속에선 보이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