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글이 분리되지 않은 작가의 속 깊은 이야기
삶과 글이 분리되지 않은 작가의 속 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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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제 아들이 음악 CD를 만들어 연주회를 연다고 해서 아들의 음악을 매일 듣고 있으니 아무래도 보편적인 것이 있고 그것이 아들의 혼이라는 악기를 그저 울리고만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 그런 것을 일반적으로 확대하면 개별과 보편의 관계가 선명해질지도 모릅니다. 문학도 자신 안에 자발이라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찾아온 것이 울린 말을 기억하여 문장으로 썼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거라고 봅니다.”
─ 『오에 겐자부로의 말』, 20쪽
마음산책의 신간, ‘말 시리즈’ 열한 번째 『오에 겐자부로의 말』에서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외로운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합니다. 이를 위해 작가로서 수많은 말을 지어내지만 결국 이것으로 하나의 큰 인식, 다소 난해하더라도 명쾌한 말을 전하기를 소망하지요.
오에 겐자부로처럼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자기 생각을 타인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단지 소설가의 고민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모든 이들의 고민일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해서 타인들과 소통하고, 보편적으로 이해받기를 바라는 고민 같은 것이요.
여든 평생 작가였던 오에 겐자부로가 이런 고민과 깨달음을 풀어놓으면서 전하는 말은 독자를 생생한 대화의 장으로 이끕니다. 특히 만년에 이른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더욱 커져만 가는 삶과 문학에 대한 열정을 고백하는 부분은 간절함과 단단한 태도가 고스란히 전해지지요.
아들 오에 히카리가 뇌에 장애를 안고 태어난 일을 계기로 가족의 목소리를 사소설에 담은 이야기, 일하지 않는 것을 못 견뎌하는 자신의 성격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이런 오에와 대화를 진행하는 작가 후루이 요시키치는 일본 최고의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손꼽히는 만큼 깊은 내공을 보여줍니다.
삶과 글이 분리되지 않았던 작가 오에 겐자부로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오에 겐자부로의 말』, 소설가로서 숙명을 받아들이고 분투했던 ‘인간 오에 겐자부로’의 정신을 느낄 수 있지요. 오에는 2015년 『익사』 출간 기념회에서 소설은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했다지만 시를 쓰고 싶어하는 마음과 사회적인 관심 글은 계속됩니다. 그의 독자이자 팬으로서 언제까지나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고 바라봅니다:) (B)